돈은 우리가 평생 다루어야 할 가장 실질적인 자산이자 도구이지만, 그 개념을 언제, 누구로부터 배우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 특히 부모의 금융 지식은 자녀의 소비 습관, 자산 형성 능력, 나아가 경제적 자립과 부의 축적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영향을 준다.
이 글에서는 부모의 금융 이해도가 자녀의 경제적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다음 세대의 금융 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보고자 한다.
경제교육의 출발점은 가정이다
아이들은 학교보다도 먼저 가정에서 세상의 기본적인 원리를 배우며 자란다. 경제도 마찬가지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돈의 개념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금융 인식은 처음부터 달라진다. 용돈을 어떻게 주는지, 소비와 저축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여주는지, 부모가 직접 실천하는 금융 행동은 모두 자녀에게 무의식적인 경제 교육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어떤 부모는 매주 정해진 금액의 용돈을 주며 그 안에서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소비하도록 지도한다. 필요한 것을 사기 위해 저축하는 습관을 들이게 하고, 무작정 원하는 것을 사주기보다 소비의 우선순위를 따져보게 한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돈의 한계를 인식하고 자율적으로 경제생활을 계획하는 능력을 키우게 된다.
반면, 돈을 감정적으로 사용하거나 소비에 대한 통제를 하지 않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돈을 쉽게 쓰고, 감정적 소비에 익숙해질 가능성이 높다. 더 나아가 부모가 과도한 부채를 지고 있으면서 그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자녀는 '돈은 부족해도 빌려 쓰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되기도 한다.
부모는 자녀에게 '돈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첫 번째 금융 교육자이다. 그리고 그 교육은 말로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삶 속에서, 행동 속에서, 소비 패턴 속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정보 격차가 만든 자산 격차
현대 사회에서는 정보의 양과 질이 자산 형성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같은 소득을 가지고 있더라도 어떤 금융 상품을 선택하느냐, 어떤 시점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이런 금융 판단 능력은 결코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차곡차곡 쌓인 지식과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다.
부모가 풍부한 금융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자녀는 자연스럽게 유리한 출발선에 서게 된다. 적절한 용돈 관리 방법부터 시작해 청소년기에는 주식이나 펀드와 같은 금융 상품에 대한 개념을 익히게 되고, 대학 시절에는 장학금, 학자금 대출, 알바비 관리 등 다양한 상황에서 돈을 능동적으로 다룰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이런 자녀는 사회 초년생이 되었을 때, 급여를 단순히 소비하지 않고 저축, 투자, 보험 설계 등 다양한 자산 관리 전략을 스스로 수립할 수 있다.
반면, 금융 지식이 부족한 가정에서는 자녀에게 그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투자라는 개념 자체가 낯설고, 대출이나 카드 사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실수할 가능성이 크다. 소비 중심의 생활에 익숙해지면 자산을 축적할 기회를 잃고, 금융 리스크에 쉽게 노출되기도 한다. 특히 신용카드 사용 실수, 고금리 대출, 미리 준비하지 못한 생활비 문제 등은 젊은 시절의 재정 상태를 악화시키고,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리게 만든다.
이처럼 금융 지식의 유무는 자산 형성의 시작 시점을 앞당기거나 늦춘다. 그리고 이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커지며, 결국 세대 간 자산 격차로 이어지게 된다. 부모의 정보력이 곧 자녀의 자산력이 되는 현실에서, 금융 교육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된다.
자산 대물림보다 중요한 '지식의 대물림'
많은 사람들이 부의 대물림을 이야기할 때, 상속이나 증여를 떠올린다. 물론 물리적인 자산이 이전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부의 대물림은 ‘금융 지식’이다. 일정한 금액의 돈을 물려주는 것보다, 그 돈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물려주는 것이 훨씬 더 강력한 유산이 된다.
실제로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이 몇 년 안에 다시 빈곤해지는 이유는, 갑자기 생긴 자산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부모가 아무리 많은 돈을 남겨준다 해도 자녀가 그 자산을 다룰 능력이 없다면 결국 그 부는 유지되지 못한다. 반대로, 부모의 자산은 적더라도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자녀는 자립적인 재정 기반을 만들고, 스스로 자산을 증식시킬 수 있다.
지식의 대물림은 대화에서 시작된다. 아이와 용돈에 대해 이야기하고, 저축의 이유를 설명하며, 금융 상품에 대해 쉽게 풀어 이야기해주는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개념이라도, 그것이 습관이 되고 관심이 되며 결국 삶의 전략이 된다. 가족이 함께 가계부를 작성하거나, 한 달 예산을 짜보는 것도 훌륭한 금융 교육이다. 이러한 생활 속 교육은 교과서보다 더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자녀의 인생 전체에 깊은 흔적으로 남는다.
또한, 부모도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 금융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새로운 기술과 상품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부모가 배우는 모습을 자녀가 보게 되면, 자녀 역시 금융 지식을 단순한 정보가 아닌 ‘삶을 위한 기술’로 받아들이게 된다.
부모의 금융 지식은 단지 한 가정의 소비 습관을 넘어, 다음 세대의 경제적 기초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 지식은 자연스럽게 전달되거나 무심코 방치될 수도 있다. 자녀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고민할 때, 돈보다 먼저 '돈을 다룰 수 있는 힘'을 물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 힘이야말로 자녀가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도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