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에 익숙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며 자란 Z세대는 이전 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한다. 스마트폰 하나로 투자도 하고, 온라인뱅킹과 간편결제를 자유롭게 다루는 이들의 모습은 겉보기에 매우 금융 친화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진짜 금융문해력, 즉 ‘돈을 이해하고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능력’에 있어서도 과연 Z세대는 앞서 있을까?
이 글에서는 실제 금융문해력 조사 결과와 함께, 우리가 오해하고 있었던 Z세대의 금융 능력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본다.
디지털에 강한 Z세대, 금융도 강할까?
Z세대는 대체로 1997년 이후 태어난 세대로, 스마트폰과 인터넷 환경에서 자란 첫 세대이다. 이들은 디지털 금융 플랫폼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기존 은행 시스템보다 핀테크에 익숙하며, 사회적 이슈와 소비 트렌드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토스’, ‘뱅크샐러드’, ‘카카오뱅크’ 같은 앱을 통해 자산을 관리하고, ‘주식은 MZ의 필수템’이라는 말처럼 20대부터 투자를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모습을 보면 ‘Z세대는 금융에 강하다’고 쉽게 단정짓기 쉽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것’과 ‘그 원리를 이해하고 책임 있게 관리하는 것’은 다르다는 점이다. 아무리 간편결제를 잘 쓰고, 주식을 한다고 해도 자신이 들고 있는 금융 상품의 구조나 리스크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그것은 ‘활용 능력’이지 ‘문해력’이라고 보기 어렵다.
Z세대가 디지털에 친숙하다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금융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말하기엔 근거가 부족하다. 실제로 많은 Z세대가 주식, 가상자산, 소비 관련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그 이면에는 충동 투자, 과소비, 빚을 통한 소비 등 위험한 패턴도 자주 발견된다. 금융 플랫폼은 간단하지만, 금융의 원리는 여전히 복잡하고 책임감이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금융문해력 조사로 드러난 Z세대의 민낯
2023년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금융문해력 수준은 의외로 높지 않다. 전체 연령대 중 20대가 60대보다 낮은 점수를 기록한 영역도 있었고, 특히 ‘합리적인 금융 의사결정’과 관련된 질문에서는 낮은 정답률을 보였다.
금융문해력은 단순히 계산 능력을 묻는 것이 아니다.
소득, 지출, 저축, 투자, 대출, 보험, 세금 등 금융 전반을 이해하고 스스로 계획을 수립해 합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지를 보는 종합 지표이다.
즉, ‘내가 가진 금융자산을 어떻게 분배하고’, ‘어떤 금융 상품이 내게 유리한가’, ‘지금 소비가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까’와 같은 질문에 얼마나 잘 대응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많은 Z세대는 주식을 시작하면서 ‘주린이’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고, 가상자산 열풍 때는 레버리지 투자에 뛰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손실이 나면 빠르게 시장을 이탈하거나, 리스크에 대한 정확한 개념 없이 수익만 좇는 경향도 강했다. 실제로 같은 조사에서 ‘금융 상품 설명서를 끝까지 읽는가’라는 질문에 Z세대 응답자의 상당수가 “아니다”라고 답했으며, ‘대출 이자율과 상환 방식의 차이’를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Z세대가 금융에 친숙한 만큼, 금융에 대해 과신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디지털 도구를 능숙하게 다루는 것과는 별개로, 그 도구의 작동 원리와 그에 따른 위험까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교육의 공백, 그리고 스스로 배워야 하는 시대
Z세대가 금융문해력이 부족하다는 결과는 단순히 개인의 부족함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구조적인 문제, 특히 교육의 부재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많은 Z세대는 학교에서 금융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다. 수학 시간에는 복리를 배웠지만, 그것이 실제 은행 이자율이나 투자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설명되지 않았다. 사회 시간에 세금의 개념을 배웠지만, 내 월급에서 빠져나가는 세금의 구조를 실제로 이해할 기회는 없었다.
이처럼 실생활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금융지식은 교육 과정에서 소외되어 있었다. 그 결과, Z세대는 사회에 진입하면서 직접 금융을 경험하며 ‘몸으로’ 배우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금융은 ‘실수로부터 배우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한 번의 신용불량, 잘못된 대출, 무리한 투자로 인해 인생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SNS, 유튜브, 블로그 등에서 떠도는 정보는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상업적인 경우가 많다. “이 주식 사면 대박”, “월급 200으로 1억 모으는 법” 같은 콘텐츠는 현실적인 금융 전략이 아니라 단기적인 인기 콘텐츠일 뿐이다. 이 속에서 제대로 된 금융 정보와 전략을 배우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구조적 변화다. 정규 교육 과정에서 실용 금융 교육을 필수로 도입하고, 자산 관리, 대출 이해, 투자 리스크, 연금 구조 등을 실제 생활에 맞춰 교육해야 한다. 동시에 Z세대 스스로도 ‘아는 만큼 내 삶이 달라진다’는 인식을 갖고, 금융에 대한 지식을 적극적으로 습득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Z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강하고, 빠르게 움직이며 변화에 민감한 세대다. 하지만 그런 기술적 능력과 금융에 대한 이해력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금융문해력 조사 결과는 Z세대가 금융 도구에 익숙하더라도, 그 본질을 이해하는 데는 여전히 부족함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는 단순히 ‘돈을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돈을 이해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다. 진짜 금융 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앱을 잘 쓰는 것을 넘어서 돈의 원리와 흐름까지 꿰뚫는 눈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작은, 지금 당장 금융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데서 비롯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