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버는 것보다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 관리는 어디서, 누구에게 배우는가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금융교육의 유무는 단지 지식의 차이를 넘어, 시간이 지날수록 눈에 띄는 ‘자산 격차’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시작은 같았지만, 생각이 달랐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슷한 출발선을 가진다. 대학을 졸업하거나 고등학교를 마치고 직장을 얻어 월급을 받으며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초봉은 크게 차이나지 않으며, 생활비나 월세, 교통비 등 기본적인 지출 항목도 유사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자산 그래프는 점점 갈라진다. 그리고 그 차이의 핵심에는 '금융교육'이라는 요소가 자리하고 있다.
금융교육을 받은 사람은 돈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계획하는 능력이 있다. 이들은 소득이 생기면 지출을 계획하고, 저축의 우선순위를 정하며, 남은 돈으로 투자의 가능성을 검토한다. 재무 상태를 수시로 점검하며, 장기적 자산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짜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다.
반면 금융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은 돈이 생기면 우선순위 없이 소비하거나, 급한 상황이 닥쳐서야 비로소 재정을 돌아본다. 신용카드 사용, 대출, 저축 등의 개념이 머리로는 이해되더라도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미래보다 현재를 우선시하는 소비 패턴은 자산을 늘리기보다 줄어들게 만든다. 결국 1년, 3년, 5년… 시간이 누적될수록 이 격차는 복리처럼 불어난다.
10년 후, 통장 속 숫자가 말해주는 진실
금융지식이 자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연구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OECD 금융리터러시 조사에 따르면, 금융 이해도 점수가 높은 사람일수록 자산 형성 능력도 높고, 부채 관리에 능숙하며, 은퇴 준비에 대한 대비도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미국, 호주, 독일 등에서는 금융교육을 받은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의 10년 후 자산을 비교한 결과, 교육을 받은 쪽의 순자산이 평균 2배 이상 높았다.
이 차이는 단순한 수치만의 문제가 아니다. 금융교육을 받은 사람은 위기 상황에서 더 빠르게 회복할 수 있으며, 경기 침체나 예상치 못한 지출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건강 문제로 인한 의료비가 발생했을 때, 비상금이나 보험으로 그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반면, 금융지식이 부족한 사람은 고금리 대출이나 신용불량 상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또한 투자에 있어서도 큰 차이가 발생한다. 금융교육을 받은 사람은 분산 투자, 장기 투자, 리스크 관리의 개념을 바탕으로 안정적이면서도 수익성 있는 전략을 취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은 유행이나 소문에 휩쓸리며 단기적 이익만을 쫓는다. 그 결과, 한쪽은 복리 효과를 누리며 자산을 키우고, 다른 한쪽은 손실을 반복하거나 원금조차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자산 격차를 줄이기 위한 첫 걸음은 ‘지금’이다
금융교육이 자산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지금이 바로 그 시작점이다. 누구나 과거의 교육 환경을 바꿀 수는 없지만, 앞으로 배워나갈 수 있는 기회는 스스로 만들 수 있다. 더 이상 “돈은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라는 편견에 갇혀 있을 필요는 없다. 기본적인 금융 상식을 습득하고, 스스로의 재무 상태를 점검하며,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면 된다.
요즘은 금융교육 콘텐츠가 매우 다양하고 접근성도 높다. 유튜브, 블로그,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는 무료 혹은 저렴한 비용으로 들을 수 있는 교육이 넘쳐난다. 책 한 권을 읽는 것만으로도 기본 개념이 정리되며, 자동저축 앱이나 가계부 앱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재정 관리를 시작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지식이 ‘지금의 나’와 ‘10년 후의 나’를 완전히 다른 위치에 놓이게 만든다는 점이다.
또한 아이를 둔 부모라면, 자녀에게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용돈을 주는 방식, 소비를 가르치는 대화, 가계에 대한 솔직한 공유 등이 모두 자녀의 금융감각을 키우는 토양이 된다. 이는 단지 ‘부자가 되기 위한 교육’이 아니라, 불안정한 미래를 대비하고,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능력을 기르는 과정이다.
결국 자산의 격차는 시간이 만든다. 그러나 그 시간은 지식의 유무에 따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금융교육을 받은 사람과 받지 않은 사람은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했더라도, 10년 후의 삶은 전혀 다를 수 있다. 차이를 만든 건 단지 돈이 아니라, 돈을 다루는 ‘지식’이었다. 자산의 미래는 오늘 내가 얼마나 배우고, 어떻게 실천하는지에 달려 있다. 누구나 배울 수 있고, 누구나 달라질 수 있다. 금융교육은 부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한 생존 도구다. 그리고 그 교육은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