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의 부채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학자금 대출, 카드빚, 생활비 부족으로 인한 마이너스 통장까지. 이들의 재무 상태를 들여다보면 단순히 ‘소득이 부족해서’라는 이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이면에는 ‘금융을 몰랐다’는 현실이 숨어 있다.
금융교육의 부재가 남긴 청년들의 현실
청년들이 성인이 되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것 중 하나는 ‘돈’이다. 대학 등록금을 위해 학자금 대출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충당하고, 사회초년생이 되어 신용카드와 대출을 접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그 누구에게도 돈에 대해 배운 적이 없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입시와 성적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정작 실생활에서 절실하게 필요한 금융 지식은 뒷전이다.
실제로 많은 청년들이 신용카드의 리볼빙 기능이나 이자 구조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 또 ‘투자’와 ‘도박’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 채 유행에 휩쓸려 가상화폐나 주식에 손을 대기도 한다. 이러한 배경에는 가정과 학교 어디에서도 금융 문해력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자리 잡고 있다.
단순히 용돈을 관리하는 수준의 교육이 아닌, 대출 구조, 복리 개념, 신용 점수의 중요성, 소비 패턴의 분석 등 실질적인 금융 교육이 부재한 상태에서 청년들은 사회에 내던져지고 있다. 그 결과, 많은 청년들이 무지에서 비롯된 선택으로 인해 수년간 빚에 허덕이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부채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의 결과다
청년 부채 문제를 개인의 ‘과소비’나 ‘무계획적인 삶’으로 단정짓는 시각은 위험하다. 청년층의 부채는 대부분 생존을 위한 것이며, 사회 구조 속에서 누적된 결과다. 예를 들어 대학 등록금이 계속 오르고 있고, 자취나 기숙사 비용, 교통비, 식비 등의 생활비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업과 생계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청년들은 자연스레 빚에 의존하게 된다.
또한 취업 시장의 불안정성도 문제를 가중시킨다. 정규직 일자리는 줄고 비정규직,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이 늘어나면서 안정적인 소득이 어려운 현실이다. 고정 수입이 없다 보니 대출금 상환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구조 속에서 금융 지식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마치 방향을 모른 채 항해하는 배에 올라탄 것과 같다.
해외의 경우, 중고등학교 때부터 경제 과목을 통해 대출과 투자, 세금과 보험 등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교육하는 시스템이 많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암기 중심 교육에 머물러 있고, 금융을 ‘전문가의 영역’으로 오해하는 사회적 인식이 강하다. 이러한 현실은 청년들에게 부채만 남긴 채, 올바른 경제활동의 기회를 빼앗고 있다.
조기 금융교육이 청년 부채 문제의 해답이다
이제는 금융교육의 중요성을 단순한 선택이 아닌 ‘필수’로 받아들여야 할 때다. 단지 빚을 지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자산을 형성하고, 계획적으로 소비하며,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특히 청소년기부터 시작되는 조기 금융교육은 청년기의 부채 문제를 예방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조기 금융교육은 단순히 돈을 아끼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돈을 어떻게 벌고, 어떻게 쓰고, 어떻게 불려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예산 짜기, 소비 기록, 저축 습관, 투자 기초, 위험 관리 등 실생활에 밀접한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러한 교육이 습관이 되면, 청년이 성인이 되었을 때 빚보다 자산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최근에는 학교뿐만 아니라 정부, 지자체, 민간단체에서도 금융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접근성이나 실효성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따라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금융교육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리고 청년 개개인도 자신의 재무 상태를 진단하고, 작은 습관부터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청년 부채 문제는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질과 직결되는 사회적 문제다. 금융교육이 부재했던 과거의 결과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금융 문해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돈을 잘 쓰는 법을 배우는 것이 부를 쌓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