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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vs 해외, 금융교육 시스템의 차이

by 신미스타 박스 2025. 4. 17.

요즘 청년 세대가 겪고 있는 금융 스트레스는 단순히 '돈이 없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어릴 때부터 돈과 친해질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했다는 데 있다. 한국과 해외의 금융교육 시스템을 비교해 보면, 금융 리터러시의 격차가 어디서 시작되는지 알 수 있다.

한국 vs 해외, 금융교육 시스템의 차이
한국 vs 해외, 금융교육 시스템의 차이

시작부터 다른 교육 구조, 실용성과 접근성의 차이

한국의 금융교육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긴 하지만 실질적인 도움은 안 되는’ 존재로 인식된다. 초·중·고등학교를 거치는 동안 금융에 대해 제대로 배워본 기억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경제 교과서 안에 ‘금리’, ‘수요와 공급’, ‘시장 경제’ 같은 용어는 등장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반드시 필요한 신용 관리, 예산 짜기, 통장 나누기, 간단한 투자 원칙 등은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반면, 미국, 캐나다, 핀란드, 호주 등 여러 국가에서는 아주 어릴 때부터 실용적인 금융 개념을 교육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일부 주에서는 고등학생이 졸업하기 위해 개인 금융 과목을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이 수업에서는 예산 편성법, 은행 계좌 사용법, 신용 점수의 중요성, 대출 이해, 그리고 사기 방지까지 실제 생활에 필요한 지식이 구체적으로 제공된다.

핀란드에서는 초등학생에게 용돈 관리와 소비 계획을 가르치고, 청소년이 되면 세금, 노동 계약, 주식 투자에 대한 기초 개념까지 익히도록 구성돼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단순 이론’이 아니라 ‘직접 체험’ 방식의 수업이 많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소비 결정을 하고, 실패해 보고, 피드백을 받아가는 학습 방식은 실생활에 직접 연결된다.

한국의 경우, 최근 들어 일부 금융기관이나 시민단체에서 금융교육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 일회성 행사에 그친다.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되지 않아 지속성과 영향력이 떨어지며, 실제로 가정이나 사회에서의 경제 상황에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다.

가정과 사회의 역할, '모방'과 '학습'의 차이

한국에서는 여전히 많은 부모가 자녀에게 “돈은 어른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부모의 소비 습관, 투자 태도, 재무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지켜보며 자란다. 하지만 이는 체계적인 '금융 교육'이 아닌, 감정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모방'일 뿐이다. 부모가 무리한 소비를 하고, 신용관리를 하지 않으며, 대출에 대한 경계심이 없는 모습을 보인다면 자녀도 같은 패턴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해외에서는 부모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금융 교육에 일정 부분 책임을 지고 있다. 예를 들어 호주나 뉴질랜드에서는 지역 도서관이나 시청, 은행, 심지어 대형 마트까지 청소년 대상 금융 체험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운영한다. 캐나다에서는 비영리기관이 학교와 연계하여 가상 통장, 모의 투자 게임, 예산 설계 워크북 등을 제공하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금융 지식을 체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일본의 경우에는 일부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금융 캠프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어린 나이부터 자산 관리 개념을 갖게 한다. 즉, 사회 전체가 '돈은 일찍 배워야 할 실용적 지식'이라는 데 동의하며, 그에 맞는 제도와 콘텐츠를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초·중학생 대상 일회성 특강이거나, ‘경제신문 읽기’ 수준에 머물러 있어 일상생활과의 접점이 부족하다. 특히 디지털 기반 금융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지금, 단순한 경제 개념보다 앱 활용, 금융 사기 예방, 온라인 거래 이해 같은 현대적인 내용이 포함돼야 하지만, 아직까지 그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자산 격차로 이어지는 금융 이해력의 간극

금융교육을 받은 사람과 받지 않은 사람의 10년 후 모습은 매우 다르다. 단순히 저축액의 차이를 넘어서, 자산 형성의 속도와 방식 자체가 다르다. 어릴 때부터 예산을 짜고 소비를 조절하는 훈련을 받아온 이들은 충동구매나 고이율 대출의 위험을 피할 줄 알며, 합리적인 금융 선택을 통해 자산을 효율적으로 불린다.

해외에서는 많은 청년들이 대학 시절부터 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가상 투자 앱이나 시뮬레이션 도구를 통해 리스크를 감수하는 법을 익힌다. 그리고 졸업 후에는 실전에서 바로 실력을 발휘하며, 일찍부터 자산을 축적하기 시작한다. 금융 이해력이 높은 이들은 크라우드 펀딩, P2P 금융, 디지털 자산 관리 등 새로운 금융 도구도 두려움 없이 시도하며 기회를 넓혀간다.

한국에서는 대학 등록금, 주거비, 취업난 등의 현실 앞에서 금융 선택의 자유조차 갖기 어렵다. 청년들은 신용카드를 만들면서도 카드 이용 한도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첫 월세 계약 시 보증금이나 계약서 항목을 혼란스러워한다. 금융상품은 ‘어렵고 복잡한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며, 위험을 회피하는 쪽으로만 방향을 잡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차이는 결국 소득과 자산의 격차로 이어진다. 금융 리터러시가 높은 사람은 같은 수입을 가지고도 더 많은 자산을 축적할 수 있고, 반면 지식이 부족한 사람은 반복되는 금융 실수로 인해 자산 형성이 더딜 수밖에 없다.

금융교육은 단순히 개인의 부를 늘리는 도구가 아니라, 불평등을 완화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핵심 인프라다. 한국이 지금보다 더 나은 경제 문화를 만들기 위해선, 금융교육의 본질을 재정의하고 이를 국가 교육 시스템 안에 제대로 녹여내야 한다.

금융교육은 더 이상 부유한 집 아이들만 받는 선택 과목이 아니다. 한국과 해외의 시스템 차이는 단순한 지식의 유무를 넘어, 삶의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로 이어진다. 이제는 모두에게 필요한 ‘기본기’로서 금융교육이 제자리로 돌아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