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금융교육의 중요성은 자주 강조된다. 하지만 현실에서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부딪히는 것을 보면, 우리가 받아온 교육이 실제로 도움이 되었는지 의문이 든다. 특히 학교에서 배운 금융 교육이 실생활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었는지를 돌이켜보면, 그 한계는 더욱 명확해진다. 이 글에서는 교과서 속 금융 교육이 왜 실패했는지, 그로 인해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론 위주의 교육, 현실과의 괴리
학교에서 가르치는 금융교육은 주로 이론에 집중되어 있다. 예산 계획을 세우는 법, 저축의 중요성, 소비와 소득의 균형 등은 매우 중요한 내용이지만, 문제는 이것이 현실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는 편리하지만 위험하다는 경고는 자주 접하지만,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이나 리볼빙 서비스의 위험성, 연체 이자의 구조 등 실제 생활에서 마주치는 문제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또한 예산을 세우라고 가르치면서도 월세, 보험료, 교통비, 예기치 못한 의료비와 같은 현실적인 지출 항목을 고려한 실제 예산 수립 훈련은 제공하지 않는다.
교과서 속 금융 지식은 이상적인 상황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일 뿐, 생활비와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는 현실의 청년들에게는 적용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다. 이처럼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교육은 금융 지식을 ‘시험을 위한 암기 과목’으로 만들고, 결과적으로 실생활에 적용할 수 없는 정보로 전락하게 만든다. 이러한 괴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 큰 문제로 이어진다.
잘못된 금융 교육이 낳는 악순환
현실성이 떨어지는 금융 교육은 단순히 비효율적인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잘못된 금융 습관으로 이어지며 개인의 경제적 불안을 심화시키고, 결국 사회 전체의 문제로 확대된다. 학교에서 받은 교육만으로는 신용 관리, 투자 판단, 소비 습관 조절 등의 실전 능력을 갖추기 어렵다.
예를 들어 대학을 막 졸업한 사회 초년생은 금융 상품을 선택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누군가는 추천을 받아 아무런 비교 없이 가입한 적금을 유지하고, 누군가는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없이 할부 구매를 반복하다가 부채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러한 실수는 대부분 금융 지식의 부족에서 비롯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실수의 반복이 사회적 불평등과 자산 격차를 더욱 심화시킨다는 점이다. 금융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진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은 자산을 축적하고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같은 출발선에서도 점점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정보 격차가 자산 격차로 이어지고, 계층 간 이동 가능성은 점점 줄어든다. 잘못된 교육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악순환을 낳는다.
실질적인 금융교육은 어떻게 가능할까
실패한 금융 교육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실 밀착형 교육이 필요하다. 단순히 개념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사례와 상황을 중심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가상의 월급을 기준으로 한 달 예산을 세워보고,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방식은 매우 효과적이다.
또한 디지털 시대에 맞는 교육 도구 활용도 중요하다. 모바일 뱅킹, 간편결제 앱, 투자 플랫폼 등 실제로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를 바탕으로 금융 행위를 체험해보는 기회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직접 앱을 설치하고 가상의 자산을 운영해보며 수익과 손실을 경험하게 하면, 금융이 단순한 숫자 놀음이 아니라 삶과 직결된 문제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교육의 방식 역시 변화해야 한다. 단기간에 끝나는 수업이나 캠페인보다는, 정규 교과 과정에 통합되어 일관된 흐름으로 금융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누구나 처음엔 잘 모를 수 있고, 실수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경험을 통해 배우고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진짜 교육이다. 교사와 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해 아이들의 금융 감각을 키우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금융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지식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금융 교육은 현실과 괴리된 채 이상적인 지침만을 전달해 왔다. 그 결과 수많은 사람들이 사회에 진출해서야 금융의 복잡함과 무게를 체감하고, 그 부담을 홀로 감당해야 했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삶과 연결된 금융교육, 실패를 경험으로 바꾸는 교육, 지속적이고 현실적인 교육이 필요한 시대이다. 교과서 속 한 문장이 아닌, 일상의 언어로 금융을 이야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실패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