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수익모델을 시작하는 사람은 많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았다. 초기 자본이 없다는 건 단순히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도구와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뜻이다. 이 글에서는 내가 실제로 시도했던 수익모델들이 왜 실패했는지, 0원으로 시작하면서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문제들은 무엇이었는지를 공유하려 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나처럼 길을 돌지 않기를 바란다.
블로그로 돈 벌기: 글은 썼지만 아무도 읽지 않았다
처음에는 누구나 ‘콘텐츠’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며 블로그를 시작했다. 글 쓰는 재주는 있다고 생각했고, 하루 한 개씩은 무조건 올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첫 번째 벽은 바로 ‘아무도 안 들어온다’는 현실이었다.
아무리 정성껏 써도 검색에 노출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문제는, 내가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SEO나 검색 노출, 썸네일, 제목 최적화 같은 개념조차 모르고 시작했다는 점이다. “꾸준히 쓰면 언젠가는 수익이 난다”는 말만 믿었고, 전략 없이 콘텐츠를 쌓았다.
글이 쌓일수록 허탈함도 커졌다. 수익은커녕 유입이 1도 나오지 않으니,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결국 멈췄다. 원인은 명확했다. 초기 투자 없이 기술도 배우지 않고 무작정 시작한 결과, 경쟁력 없는 글만 쌓인 셈이었다. 도메인도 없이 티스토리 기본 주소를 썼고, 애드센스 승인도 받지 못한 상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애초에 너무 성급했다. 최소한의 전략과 공부, 그리고 약간의 비용 투자를 감수하지 않는다면 이 길은 오래가기 어렵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스마트스토어: 재고 없는 쇼핑몰은 결국 신뢰도에서 막힌다
요즘은 재고 없이 물건을 판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마트스토어나 위탁판매가 인기다. 나도 마찬가지로 시작했다. 상품을 직접 소싱하거나 재고를 사들이는 게 부담되어 ‘사입 없이’ 운영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런데 막상 스마트스토어를 열고 상품을 등록하고 나니, 그다음이 문제였다.
판매는커녕 방문자조차 거의 없었다. 알고 보니 이미 포화된 시장에서 노출되려면 광고비 또는 리뷰 마케팅이 필요했고, 나는 둘 다 할 수 없었다. 가격 경쟁도 치열했고, 상위 노출을 위해 업체들이 어떤 짓까지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난 순진하게도 제품 상세페이지 하나 잘 만들어놓고 기다리면 팔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게다가 위탁판매의 경우, 상품 품질을 내가 직접 통제할 수 없다는 것도 큰 리스크였다. 배송 지연이나 품질 문제로 클레임이 발생하면, 내 잘못이 아니더라도 신뢰도가 떨어졌다. 결국, 0원으로 시작한다는 건 고객 응대나 마케팅에서 전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고객을 믿게 만드는 일인데, 내가 가진 수단은 너무 없었다.
SNS 크리에이터: 시간은 들이고, 수익은 오지 않는 싸움
“요즘은 영상이다.” “틱톡이나 인스타 릴스만 잘 해도 돈 벌 수 있다.” 이런 말에 혹해서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시작한 SNS 크리에이터 활동. 처음에는 나도 재미있게 편집하고, 해시태그를 연구하고, 매일 콘텐츠를 올리며 애썼다. 그런데 몇 주, 몇 달이 지나도 조회수는 늘지 않았고, 팔로워도 크게 늘지 않았다. 한두 개 콘텐츠가 반짝하긴 했지만, 그걸로 수익이 생기진 않았다.
결정적으로, SNS에서 수익이 발생하려면 일정한 팔로워 수를 넘어야 하고, 브랜드 협업이나 홍보 요청이 와야 한다. 그전까지는 철저히 무급 노동이다. 시간도 에너지다. 하루 종일 촬영하고 편집하는데, 수익은 없고 피로감만 쌓였다.
게다가, SNS는 알고리즘의 노예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예측 불가능했다. 잘 만든 콘텐츠가 묻히고, 급조한 콘텐츠가 뜨기도 했다. 이 세계는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 통한다. 그리고 아무런 연출 장비나 콘텐츠 기획 경험 없이, 순수하게 스마트폰 하나만 가지고는 빠르게 성장하긴 어려웠다. 크리에이터 활동 역시, 결국 어느 정도의 장비, 마케팅 전략, 혹은 초반 투자 없이는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다.
나는 수익모델을 여러 번 시도했고, 그 대부분은 '준비 부족’과 ‘투자 ’에서 비롯된 실패였다. 0원으로 시작한다고 해서 반드시 실패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무에서 유를 만들기 위해선 시간이든 공부든, 뭔가를 ‘투자’해야 한다. 돈이 없다면 더 많은 시간과 전략이 필요하고, 반대로 빠르게 가고 싶다면 어느 정도의 금전적 지출은 감수해야 한다.
지금 누군가가 “나는 아무것도 없지만 뭐라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실패를 겪은 내 경험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수익모델은 하나의 도전이지만,‘실패를 줄이는 공부’부터 시작하는 게 무엇보다 먼저다.